화웨이 사태와 한미동맹 아래서 한국 기업이 가야할 길

中 “한국 판단 잘하라” 보도 하루뒤… 美대사, 대놓고 反화웨이 요구

통신장비뿐 아니라 일반 기업용 인터넷 중계기도 쓰지말란 뜻 IT업계 전전긍긍… 美대사, LG유플러스 거론하며 “안보 위협”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서울에서 열린 ‘클라우드 미래’ 콘퍼런스에서 “신뢰할 만한 5G(5세대 이동통신) 공급자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한국에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공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꾸준히 우리 측에 화웨이 장비 사용의 위험성을 강조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외교 채널을 통해 수면 아래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기업에 대해 ‘미국 편에 서라’는 직접적인 요구였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최근 방중한 한국 기자단에 “미국의 바람에 따라 동참할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져봐야 한다”며 “판단 잘하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이 대응 수위를 확 끌어올린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중 무역 전쟁이 날로 격화하면서 미·중 모두 한국에 점잖게 협조를 구하는 단계는 지났다”며 “미·중이 가운데 있는 한국의 팔을 거세게 잡아당기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고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에서 열린 ‘클라우드의 미래’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화웨이를 겨냥, “중국 업체는 안보상 문제가 있는 장비와 기술을 제공한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거나 경제적인 면만 고려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미 정부 당국자가 직접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공개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기조연설 이후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화웨이와 화웨이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를 콕 집어 ‘안보 위협’을 거론했다.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화웨이를 퇴출하기 위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얘기가 나왔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정 기업의 사례를 언급하며 화웨이 사용 배제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유럽 동맹국, 일본 등에만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구해 왔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최근 우리 정부에 ‘사드 보복’을 다시 꺼내며 압박하자 미국이 맞대응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화웨이 장비 퇴출을 언급한 것은 단순히 통신 장비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쓰이는 라우터(인터넷 중계·교환기) 같은 제품도 모두 배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인터넷 기업 고위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 쓰지 말라고 한국에 선포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화웨이 장비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인터넷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IT 업계는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특히 해리스 대사가 지목한 LG유플러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LTE(4세대 이동통신)부터 5G망까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서비스 중단을 하지 않는 한 화웨이 제품을 바로 퇴출할 방법이 없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제재가 시작된 이후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IT 대기업도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등 국내 통신·인터넷 장비 업체들이 화웨이 제품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화웨이 실적이 계속 꺾일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 수요가 줄어 한국 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로부터 분기 매출 1조원 안팎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체의 파이 측면에서 본다면 화웨이 타격은 IT산업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는 이날 행사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당초 이날 행사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 주최했다”고 밝혔으나 협회 측은 “공동 주최가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행사 참석이 자칫 미국의 ‘반화웨이’ 동참 요구에 찬성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당초 화웨이 문제와 관련해 기업 간의 일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중이 “우리 편에 서라”는 요구를 점점 노골화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이 ‘반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경우 중국이 사드 사태 때처럼 관광 제한 등 보복 조치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달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인의 상용 비자 발급 시 체류 일정을 자필로 작성하게 하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 커졌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앞으로 사드 배치, 화웨이와 같은 문제가 계속 벌어질 것”이라면서 “임시방편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원칙을 세우고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6/2019060600259.html

美 ‘화웨이 쓰지말라’ 한국기업 불러 압박 해리스 주한대사 공개적 요구

“5G 보안은 동맹국 보호 핵심… 비용에 솔깃하면 리스크 클 것”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5일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상의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는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G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만한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중국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가 국내외에 공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주한 미 대사가 직접 나서서 우리 기업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미 대사관은 이날 서울 페이스북코리아 사옥에서 통신 기술 콘퍼런스를 주최하면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국내 IT(정보 기술) 업체들을 초청했다. 해리스 대사는 기조연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말했듯 세계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면서 “단기적 비용 절감은 솔깃할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의 장비를 썼다가 보안 문제 등으로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한국 기업들에 경고한 것이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은 생각과 서비스가 양측 간에 자유롭게 오가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통신 데이터의 이동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미 양측이 동맹국으로서 협력하려면 상호 통합된 통신 장비와 서비스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리스 대사의 이날 발언은 “(사드 배치, 화웨이 문제 등 미·중 전쟁과 관련)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입장이 보도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IT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와 거래하는 기업들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6/2019060600052.html

“화웨이 사태, 기회와 우려 공존…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혜”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할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무역분쟁이 기술전쟁으로 이어진다면 한국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중 간 갈등은 극에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고 중국은 관세 영역 카드 소진 이후 비관세 영역으로의 확전을 계획 중이다.

비관세 영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 규제로 선공을 날렸다. 중국은 현지 진출 미국 기업에 행정조치, IT 수입품목 제한, 희토류 수출 중단, 미국채 매각 등을 암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고위급 회담은 결렬 상태이고 다음달 28~29일 열리는 G20회담에서 미중 정상의 만남도 예단할 수 없게 됐다.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19052810956

화웨이 옥죄는 美…국내 기업 ‘양날의 검’

화웨이의 거침없는 질주가 멈춰 설 위기다. 미국의 제재로 구글, 퀄컴 등 주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공급사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면서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으로 당장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쪽은 미국 기업들이다.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 업체 92곳 중 33곳이 미국 기업이고 퀄컴과 브로드컴, 구글, 마이크로소포트(MS) 등 미국 주요 기업에 화웨이가 지난해 지불한 돈은 11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도 득보다 실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LG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부품사들은 화웨이와 ‘경쟁’ 또는 ‘공생’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릴 수 있는 사업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차세대 핵심 산업인 5G 생태계에서 화웨이라는 ‘큰 손’이 빠진다면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5G 장비 시장, 커지는 불확실성

전 세계 통신장비 1위 기업인 화웨이는 5G를 계기로 장비 시장 패권을 더 강화하고 2020년에는 스마트폰도 세계 2위에서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번 제재로 장비 개발과 스마트폰 판매에 차질이 생긴다면 화웨이에 부품을 대는 기업들과 화웨이 장비를 들여오는 통신사 LG유플러스가 영향을 받게 된다. 화웨이를 고객사로 둔 부품업계는 사업 차질이 예상되나, 화웨이 매출 의존도가 높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LG이노텍이 화웨이에 수출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장비 수급 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화웨이가 일정대로 장비를 공급해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화웨이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통신사는 지난달 기준 전 세계 41곳이고 이 중 한 곳이 LG유플러스다. 4G(LTE) 때 이미 화웨이 장비를 들여온 LG유플러스는 5G 초기 부족한 인프라를 LTE와 연동해야 해 5G 장비도 화웨이 제품을 쓰고 있다. 화웨이의 공급이 늦어질 경우 인프라 경쟁력에서 밀리고, 다른 제조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함께 기존 LTE 장비까지 뜯어내는 ‘대공사’를 벌여야 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확보해 둔 부품으로 내년까지 장비 공급에는 문제가 없고 만약 제재가 길어져 내년을 넘긴다고 해도 그 안에 칩셋 등 필요한 부품을 자체 개발할 수 있어 한국 5G 네트워크 구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화웨이의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화웨이가 부품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핵심 부품의 안정성 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물음표로 남는다. 그저 화웨이의 기술력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노키아, 에릭슨 등 장비 경쟁사들의 경우 득을 볼 수 있다는 예상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장비 개발사 관계자는 “5G 장비 계약이 한 두 푼으로 성사되는 게 아니다”라며 “기술적 조건을 수년에 걸쳐 조율하던 프로세스를 손바닥 뒤집듯 다른 제조사로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ㆍ중남미 폰 시장은 기회

구글 OS가 없는 화웨이폰은 해외 시장에서 구매 유인이 ‘제로’에 가깝다. 최근 화웨이가 적극적으로 공략중인 유럽과 중남미 등에서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유럽에서 화웨이는 삼성(28.7%), 애플(26%)에 이은 3위(23.6%) 기업이다. 경쟁에서 화웨이가 빠지면 다른 안드로이드폰인 삼성과 샤오미(6.0%)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화웨이 5G폰에서도 구글이 빠진다면, 삼성과 LG가 더 안전하게 5G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기적 득실 계산보다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비 1위ㆍ스마트폰 2위 기업의 부진은 부품 공급사부터 완제품 수급 업체, 생태계 참여자 등을 연결하는 거대 체인의 협력을 저해하고,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섣불리 영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한국 기업에도 좋을 건 없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90520010006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