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만에 소득격차 5배” 보도에…말 잃은 네티즌들
통계청이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하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가 5.47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에 네티즌들이 “2년 만에 이렇게까지 벌어질 수 있느냐”며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빅터뉴스가 22일 현재(오후 4시) 기준 네이버에 쏟아진 기사들을 워드미터로 분석한 결과, 동아일보의 <고용참사, 저소득층에 직격탄… 정부지원 늘려도 생활고 심해져> 기사가 총 5051개의 ‘화나요’를 받으며 네티즌들을 가장 분노케 한 기사로 꼽혔다. 이어 ‘좋아요’ 57개, ‘슬퍼요’ 51개, ‘후속기사 원해요’ 48개, ‘훈훈해요’ 26개 순이다.
기사는 물류센터 근무자, 악기점 운영 사장 등 서민들의 인터뷰를 담으며 점차 소득이 줄어들고 대출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이 고용 참사로 직격탄을 당했다”며 “정부가 실업급여 및 기초연금 등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보전하고 있지만 주 수입원이 사라지거나 감소하는 상황에 대처하긴 역부족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사는 상황이 이처럼 악화됐는데도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못 내놓고 있다면서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정부는 21일 긴급 관계장관회의 직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4월 기초연금 인상과 근로장려금 확대 등 소득지원책이 본격화되면 저소득층 수입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을 뿐 별다른 후속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에는 총 3595개의 댓글이 남겨졌다. 댓글을 남긴 네티즌의 성비는 남성 84%, 여성 16%다. 연령대별로는 10대 0%, 20대 5%, 30대 10%, 40대 33%, 50대 28%, 60대 이상 14%로 40대가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최다 공감을 얻은 댓글은 pass***의 “아들은 귀걸이로 2:2 경쟁률 5급 공채, 딸은 해외 이주, 지키지 못할 공약 남발… 아무 생각없이 투표한 시민들 책임이다. 국민이 정치인의 팬이 되면 중우정치가 된다. 민주주의는 국민 수준만큼의 정부를 같는다”였다. 이 글은 총 7352개의 공감과 482개의 비공감을 얻었다.
이어 myla***는 “국민 여러분! 제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을 뽑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는 댓글을 올려 공감 4623개, 비공감 442개를 받았다.
이밖에도 ejan*** “좌파 정부의 업적이다”(공감 2948개, 비공감 183개), angi**** “어떻게 하면 취임 2년만에 이렇게까지 나라 경제가 휘청일 수 있지?…이제 시작이라는게 더 무섭다”(공감 809개, 비공감 35개)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용참사, 저소득층에 직격탄… 정부지원 늘려도 생활고 심해져
“오토바이 타고 먼 아파트 단지까지 ‘원정 영업’을 다녀도 수입이 자꾸 줄어요.”
서울 강서구에서 세탁소를 하는 남모 씨(58)는 손님을 찾아서 전에는 가지 않던 다른 동네까지 발품을 판다. 지난해 초만 해도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벌었다. 여름부터 손님이 줄더니 지금은 생계가 위협받을 지경이다. 남 씨는 “발버둥을 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4분기(10∼12월) 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남 씨처럼 영세 자영업자의 수입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이 많아진 때문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고 복지가 강화됐다지만 주 수입이 급감하는 상황에선 정부 지원도 큰 도움이 못 된 셈이다.
○ 고용 참사로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처음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작년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107만3000명.
고용 참사로 직격탄을 맞은 쪽은 저소득층이었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 가구의 취업 가구원 수는 0.64명으로 1년 전(0.81명)보다 감소했다. 저소득가구 중 가구주가 무직인 비중도 55.7%로 1년 전보다 12.1%포인트 늘었다. 2017년 4분기 68만 원 선이었던 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 43만 원으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과 기초연금 등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보전했지만 주 수입원이 사라지거나 감소하는 상황에 대처하긴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에 지급된 공적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28.5% 증가했다. 2017년 4분기(6.5%)보다 증가 폭이 커졌지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하면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심해졌다.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저소득층도 세금과 이자 등을 빼면 쓸 돈이 없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만난 이모 씨(32)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버는 월급 180만 원 중 160만 원을 이자로 낸다”고 말했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지만 소득이 적고 신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중은행들은 대출을 외면했다. 그 대신 이자가 비싼 저축은행에서 6000만 원을 빌려 급한 불을 껐지만 이자 낼 걱정이 새로 생겼다. 이 씨는 “간신히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손에 쥘 수 있고 저축 등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세금 등을 뺀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1년 전보다 8% 넘게 감소했다.
○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점점 추락”
이런 소득 감소는 하위 20% 가구뿐 아니라 이보다 좀 더 수입이 많은 소득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 악기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44)는 과거 매달 200만∼300만 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지금은 월평균 수입이 140만 원을 조금 넘는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려오고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악기점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다. 강 씨는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점점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하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4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4.8% 줄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작년 2분기(―2.1%)와 3분기(―0.5%)보다 훨씬 크다. 특히 자영업자가 벌어들이는 사업소득이 18.7%, 이자와 배당금 등 재산소득이 43.8% 감소했다. 통계청은 “하위 20∼40% 가구에 있던 자영업자의 여건이 나빠지면서 하위 20%로 내려앉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소득 가구의 수입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상위 2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10.4%, 근로소득은 14.2% 늘었다.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화장품 무역업을 하는 최모 씨(42)는 “2017년에는 한 달에 700만 원가량을 벌었지만 지난해에는 수출이 잘돼 월수입이 800만 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고소득 가구는 국민연금과 아동수당 등으로 받는 공적이전소득도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상위 20% 가구가 받은 공적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52.9% 증가했다. 통계청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수혜자가 증가했다”면서 “상위 소득 가구에 아동수당 수혜 아동도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설명했다.
○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면서 대책 못 내는 정부
정부는 21일 긴급 관계장관회의 직후 배포한 자료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지만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분배가 악화된 데 대해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취약계층 고용 부진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기재부는 “하위 20% 가구 가운데 근로 능력이 취약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고령 가구 비중이 늘었다”고 했다. 저소득층이 많이 취업하는 임시·일용직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임시·일용직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4월 기초연금 인상과 근로장려금(EITC) 확대 등 소득지원책이 본격화되면 저소득층의 수입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소득주도성장 실험 2년, 양극화는 되레 커졌다
‘명목임금 역대 최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벤처투자 확대….’(정부 평가)
‘상하위 소득격차 역대 최대, 기업활동 위축, 규제완화 효과 미흡….’(경제계 평가)
10일로 출범 2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에 대해 정부와 경제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017년 7월 정부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경제 분야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결과물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8일 ‘문재인 정부 출범 경제부문 2주년 성과’ 보도자료를 내고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고 대외 건전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긍정론과 달리 경제계는 정책이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분배 악화 초래한 소득주도성장
2년 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공공이 마중물이 돼 소득불평등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양극화가 심하면 경제의 총수요가 줄어 성장이 부진에 빠지는 만큼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활동을 통해 견고한 성장을 이루는 가운데 분배정책으로 부작용을 보완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가능하다.
이와 달리 분배를 성장보다 우선시한 결과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상위 20%와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 격차는 5.47배로 역대 최대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임금총액 차이는 2016년 183만8000원에서 지난해 192만2000원으로 확대됐다.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정부는 청년, 중장년층, 여성 등 고용취약계층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 갑질 대책에도 대-중소기업 격차는 여전
공정경제는 대기업의 ‘갑질’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대주주의 권한 남용을 막아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 기조에 따라 상호출자제한집단 순환출자고리 수는 2017년 93개에서 2018년 5개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공정경제의 근간으로 정부가 내세웠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축소를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한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실제 하도급 업체에 대한 원가정보 요구 금지 등 중소기업이 요구해온 정책을 제도화한 점은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통계청이 8일 내놓은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수출은 6.2%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의 수출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공지능(AI), 미래차, 등 8대 신산업을 정해 육성하겠다는 정책 역시 장밋빛 전망뿐이다. 정부는 1월 ‘AI, 데이터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AI 기업 육성을 강조했다. 8일 보도자료에서는 AI 기업 수가 2016년 27개에서 2018년 48개로 늘었다는 점을 성과 중 하나로 넣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국인 중국의 AI 기업 수가 1040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 성과 부풀리는 정부… “규제부터 제대로 풀라”
경제의 현실은 냉혹한데 정부가 정책 성과를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자영업자를 집중 지원했고,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지원한 점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무마하기 위한 보완책일 뿐 정책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 상황 진단 역시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경제성장률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 유지 △수출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 돌파 등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올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0.3%였다. 수출 역시 지난해 12월∼올 4월 5개월 연속 감소하며 경상수지 흑자는 6년 8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혁신이나 신산업 육성 등의 정책이 추진돼야 하는데 정부가 정교한 청사진 없이 체계적인 대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