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보다 더 강력한 무기 발견했다”
각국·기업들 ‘화웨이 보이콧’ 속출.. MS도 화웨이 노트북 판매 중단
폼페이오 “中공산당과 깊이 연계, 미국의 정보 위태롭게 해” 맹공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고강도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에 연계돼 있음을 분명히 하며, 동맹국들에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에 노트북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화웨이와 일부 거래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 중단 조치의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3일(현지 시각) CNBC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면서 “화웨이는 중국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깊이 연계돼 있다. 이러한 연계성은 미국의 정보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산업이) 국가가 관할하는 비즈니스이고, (그 산업에 속한) 기업이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받는다면 (중국 정부가) 그 기회를 잘 이용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전 세계를 다니며 각국 정부 수장들에게 화웨이 채택에 따른 국가 안보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대적인 압박에 화웨이와 거래를 끊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23일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온라인 매장에서 화웨이 기술이 들어간 노트북 컴퓨터 판매를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MS는 또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 상품인 ‘애저 스택’을 소개하는 웹페이지에 게시한 협력업체 목록에서 화웨이를 삭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화웨이와 그 계열사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한 미 상무부의 조치에 대해 구글·인텔·퀄컴 등이 화웨이와의 새로운 거래를 중단한 것에 이어, MS도 거래를 제한하면서 미국 정부뿐 아니라 대표적인 IT 기업들도 대(對)화웨이 봉쇄전에 속속 참전하는 모양새다. 다만 MS는 화웨이에 MS 윈도 서비스 공급을 중단할지에 대해선 공식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화웨이의 노트북 운영체제는 MS 윈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MS가 소프트웨어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면 화웨이의 노트북 사업은 본질적으로 망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이미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23일 모바일 반도체 설계 부문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영국의 ARM이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영국과 일본 이동통신사들도 화웨이폰 신규 발매 중단을 발표했다. 중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등 대만 5대 통신사도 화웨이 신규 스마트폰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반(反)화웨이 대열에 합류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관세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발견했다”면서 “미국이 미·중 무역 전쟁에서 둔 여러 가지 수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대중 강경파는 화웨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3D 프린팅 분야 등 첨단 중국 기업에 대해 화웨이와 같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미·중 무역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농가에 대한 160억달러(약 19조원)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무역) 합의를 하면 합의의 일부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화웨이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무역 협상에 합의하면 화웨이에 취한 거래 제한 조치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는 매우 위험하다. 그들이 하는 일은 안보적인 관점이나 군사적인 관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23일 ‘미국은 화웨이 거래 제한 조치에 한국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냐’는 한국 언론의 서면 질의에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모든 국가가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위험(평가) 기반의 보안 체제를 채택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중국이 자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미국인과 다른 나라 국민의 이해에 반하는 행위를 하도록 강요할 수 있음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한 모든 동맹국이 미국의 대(對)화웨이 제재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 1위 반도체 설계업체도 ‘反화웨이’
시장 90% 장악한 영국 ARM, 기술지원 포함 거래중단 선언… 화웨이, 스마트폰 개발 치명타
영국·일본·대만 이동통신사들 화웨이폰 신규출시 연기·중단
영국과 일본 등 서구 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잇따라 가세하면서 미국 정부의 대(對)화웨이 거래 중단 조치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모바일 반도체 설계 업체인 영국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고 BBC와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ARM은 전날 내부 회람을 통해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화웨이와 계약과 기술 지원을 포함한 거래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도를 제작·공급하는 회사다. 삼성전자·애플·퀄컴 등 전 세계 스마트폰·반도체 메이커들은 ARM 설계도를 산 뒤 이를 토대로 각자 맞춤형 반도체를 개발한다. 지난해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90%가 ARM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ARM의 설계도를 들여와 화웨이 스마트폰 전용 ‘기린 칩’을 생산해온 화웨이로선 스마트폰 새 모델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화웨이에 스마트폰 부품과 생산 장비 등을 판매해온 일본 파나소닉도 “미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 및 그 계열사 68곳을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에 미국 기술 및 부품 비중이 25% 이상인 제품을 판매할 경우 미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 기업이 아닌 ARM과 파나소닉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ARM의 경우 반도체 디자인에 미국 기술이 사용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구글과 화웨이의 거래 중단에 따른 파장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구글스토어를 통한 앱 갱신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각국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스마트폰의 신규 출시를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22일 영국 이동통신 업체 보다폰과 EE, 일본 KDDI와 소프트뱅크가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했고, 일본 NTT도코모는 예약 접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만의 중화텔레콤·타이완모바일 등 5개 이통사도 화웨이 스마트폰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지에서는 통신사 대리점들이 보유 중인 화웨이 스마트폰을 처리하기 위해 앞다퉈 덤핑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중국 IT 전문지 테크웹이 23일 보도했다.
대만까지 화웨이와 결별..멀어진 세계1위의 꿈
영국, 일본에 이어 대만 이통사도 화웨이폰 출시 계획 철회
재고 소진 뒤 새 스마트폰 판매 안할 듯
현재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앱스토어 문의 폭주하는 상황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일본·영국에 이어 대만의 이동통신사까지 중국 화웨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로써 올해 삼성전자를 꺾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겠다던 화웨이의 꿈이 요원해졌다.
23일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중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파이스톤, 아시아퍼시픽텔레콤, 타이완스타텔레콤 등 대만 이통사는 전날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KDDI, 소프트뱅크, NTT도코모와 영국 EE 등 이통사들이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 중단 혹은 중단 검토 계획일 밝힌 터였다. 이들은 미국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보안과 사후지원에 관한 소비자 불안이 있다고 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자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애플리케이션 지원 등을 90일 뒤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만 이통사의 결정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구글과 화웨이의 거래 중단으로 이통사에 화웨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만에서 판매되는 화웨이 스마트폰은 P30, P30 프로, Y7, Y7 Pro 등이 있다. 태블릿 T3, T3 10 등도 판매되고 있다.
대만 이통사의 결정은 향후 출시 예정이었던 화웨이 제품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계속 판매될 전망이다. 4월 기준 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8.9%다. 애플이 24%로 1위, 삼성전자가 23%로 2위다. 화웨이는 최근 신트렌드 전자 상가에 대형 매장을 오픈하는 등 대만 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일본, 영국, 대만 이통사의 외면으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꺾고 1위를 차지하겠다던 화웨이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처음으로 2억대를 돌파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1년 만에 1억5000만대에서 9000만대 수준으로 좁힌 바 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美 화웨이 제재로 LGU+ 5G망 구축 차질 빚을까
업계 일부 “3~4개월 후 차질 가능성” vs LGU+ “화웨이, 내년 치 물량도 선 확보”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중국 최대 통신장비 생산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래제한 조치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가 5G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지 주목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3~4개월 후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면 LG유플러스의 5G망 구축과 LTE망 유지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LG유플러스는 화웨이가 더 많은 부품을 비축하고 있어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2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 기업의 부품 공급 중단에도 최소한 3개월 동안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부품을 비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 통신장비에는 미국 자일링스와 브로드컴의 칩이 탑재돼 있다. 자일링스는 네트워킹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용 칩을, 브로드컴은 네트워킹 장비의 핵심 부품인 스위칭(switching) 칩을 공급한다.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의 5G망 구축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업계에서 통상 장비 발주가 설비 구축 3~4개월 전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4분기에는 화웨이로부터 5G 장비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화웨이 장비 조달이 차질을 빚을 경우 LG유플러스가 연간 기지국 구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 수도권 지역은 5G 서비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화웨이 장비 추가 발주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상반기까지 5만개, 연말까지 8만개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2022년까지 전국망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말 기지국 수가 2만여개에 그쳐 SK텔레콤과 KT의 3만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5G 커버리지(통신범위)를 조기에 확장할 것으로 예측된 것과 다른 행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길어질수록 LG유플러스와 타사간 커버리지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며 “유지보수에 차질이 빚어지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의 LTE 서비스 품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화웨이가 내년까지 5G망에 공급할 물량을 선 확보하고 있다”며 “그 이후에도 자체 개발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지방의 기지국 구축이 늦어진 점은 있지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수도권은 타사와 비슷하거나 앞선 수준”이라며 “상반기와 연말 기지국 구축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화웨이 사태로 LG유플러스가 실제 피해를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네트워크 장비 부품의 경우 화웨이가 6개월 이상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IT 업체들이 화웨이에 신규 부품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구매주문(PO) 발생분까지 취소할 가능성은 희박해 화웨이가 최소 1년 이상의 네트워크 장비 부품 재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 코리아는 지속적인 장비 공급 가능성에 대해 중국 본사에 문의해봐야 한다면서도 확인이 가능할지는 확답하지 않았다.
한편 이통사들은 미국이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 미국이나 우리 정부로부터 거래제한 요구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미군주둔 지역에는 LTE부터 유럽장비를 쓰고 있으며 5G도 마찬가지”라며 “미국 측 요구가 없어 추가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동남아 5G 휩쓸자.. 美 “한국기업이 나서달라”
5G 통신망 구축할 수 있는 美기업 없어 삼성을 대체재로 선택한 듯
美, 화웨이 부품 쓰는 LG유플러스 지목 “민감지역 서비스 않게 해야”
미국이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우리 정부뿐 아니라 한국 기업까지 거론하며 협력을 구한 데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세계 각국에 화웨이 장비 말고 한국 기업 장비 등 대체재를 쓰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동남아 지역에 화웨이 제품과 장비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동남아는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는 지역이다. 화웨이는 서방 국가의 ‘보이콧’에 맞서 이 지역에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닷컴과 같은 대형 IT(정보기술)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R&D(연구·개발)센터를 이 지역에 지으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화웨이 통신 장비는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태국은 지난 2월 동남아 국가 중 처음 화웨이와 5G 통신망 테스트를 시작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주요 통신사들도 화웨이와 5G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경망이 될 5G 패권(覇權)을 놓고 중국과 다투는 미국 입장에선 동남아의 이탈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현재 미 통신 기업 중에는 자체 기술로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5G 기술에 있어서 화웨이에 대적할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한국 기업뿐인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주목한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5G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통신 장비까지 ‘풀 세트’를 갖추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삼성에 손을 내민 것은 동남아의 통신 산업이 화웨이와 중국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23일 태국 방콕에서 우리 외교부와 한국 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세안 지역 통신 사업 진출 방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워크숍을 예정해 놓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은 한국 기업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100곳 이상의 기업·기관들이 화웨이와 거래 관계를 갖고 있다. 화웨이 홈페이지에는 현대차·LG·CJ·효성 계열사 등 한국 기업 109곳이 파트너사로 나온다. LG유플러스는 국내에서 화웨이 의존도가 가장 높은 업체로 알려졌다.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 장비에 이어 5G망 구축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전체 통신망의 30%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외교부에 LG유플러스를 콕 집어서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최근 1~2년 새 진행된 서울 지하철의 노후 통신망 개선 사업 역시 화웨이가 따냈다. 국내 금융사들의 내부 통신·전산망에도 화웨이 장비가 상당수 들어가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최저가 입찰에 유리하고, 사업 규모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화웨이와 거래 관계가 차단되면 기존 망 보수·유지가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품을 사지 말라’는 것을 넘어 ‘화웨이에 제품을 팔지 말라’는 것까지 요구하면 국내 주요 전자 부품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발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5대 주요 매출처 중 하나로 화웨이를 꼽았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에선 경쟁자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 사업에선 ‘VIP 고객’이다. SK하이닉스도 회사 매출의 10% 이상을 화웨이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작년 매출 중 중국 비중은 각각 32%, 39%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매출 54조8000억원)이 처음으로 미주를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점차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중 무역 분쟁 이후 중국 반도체 수출이 약세인데, 중국이 한국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이라도 나선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421억달러(약 170조원)로 전체 수출의 24.8%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2017년 51억달러(약 6조1000억원) 규모의 부품 등을 한국에서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