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교계의 대안은?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 헌법소원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기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낙태죄를 존속키로 한만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교계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교회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헌재의 결정이 태아를 합법적으로, 혹은 불법적으로 죽이느냐의 문제였기에 보다 근본적으로 임신의 책임이 있는 남성에게도 임신 출산 양육의 책임을 묻는 법을 만들고, 책임감이 있는 성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여성에 대한 차별 프레임으로 짠 장본인은 페미니스트들이다. 이들은 태아를 세포 덩어리로 격하시키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함으로 생명의 절대가치를 폄훼했다. 이같은 선동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임신에 책임 있는 남성은 어떤 책임도 강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였다.

이광호 사랑과책임연구소장은 “유럽국가의 낙태 건수가 한국보다 적은 것은 임신에 책임이 있는 남성에게 반드시 양육비를 책임지게 하고 책임의 성문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덴마크는 16세 이상의 청소년이라도 임신의 책임이 있다면 부양자가 돼 최소 20년간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해 놨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서구사회는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지 않고 국가가 양육비를 충분히 지원하고 임신에 책임 있는 남성에게 소송을 걸어 받아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 “독일처럼 낙태의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낙태 숙려기간 등을 갖게 했다면 지금처럼 여성들이 등 떠밀려 낙태하는 불상사는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이번 헌재판결의 본질은 낙태죄 존치냐, 폐지냐보다 양육비 책임법을 어떻게 제정할 것이냐에 있었다”면서 “개신교와 가톨릭 등 생명을 중시하는 종교인들은 국회를 통해 입법하고 낙태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성행위를 놀이로 비하하는 문화와 피임 중심의 성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은 “헌재 결정으로 낙태죄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여성의 죄책감, 육체적 정신적 손상이 없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결국 성에 대한 책임, 생명에 대한 책임도 없는 상황에서 덜컥 여성의 낙태할 권리라는 거짓말에 우리 사회가 선동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위원은 “합법적으로 죽어야 할 태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뱃속의 태아를 더 일찍 죽이자는 운동이 벌어지는 해괴한 상황에서 해답은 생명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성교육”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도 “한국의 매스컴은 성행위를 쾌락, 즐거운 놀이 정도로 인식시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학교현장에선 피임법 교육 수준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피임에 실패했을 경우 낙태를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성행위는 출산과 양육의 책임이 있는 엄중한 행위이다. 이것을 다음세대에게 분명히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낙태죄 폐지 결정을 비집고 들어올 낙태약물 사용, 즉 ‘셀프낙태’ 허용주장을 경계하며 입법 과정에 기독교적 가치관을 반영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다국적 제약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연간 100만건이 넘는 낙태 수요가 있기에 엄청난 낙태약물 구매력을 지닌 나라”라면서 “전 국민은 자신이 납부한 건강보험료가 생명을 죽이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천영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에 특별한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호와의증인의 종교적 병역회피 문제부터 생명이 걸린 낙태문제까지 헌재 결정에 이념문제가 계속 개입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 변호사는 “결국 공은 발의권이 있는 행정부와 입법부로 넘어갔다”면서 “생명권을 존중하되 극히 예외적 사유 외의 낙태행위에 대해선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도록 정부와 국회에 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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