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박해””동성애자라고 폭행” 가짜난민 600명 만든 일당
[출처: 중앙일보] “정치 박해””동성애자라고 폭행” 가짜난민 600명 만든 일당
# “베트남은 공산당이 전부인데 새로 생긴 당을 알게 돼 당원이 됐습니다. 공산당을 믿는 사람이 저를 무척이나 박해하고 협박합니다. 그래서 정치적 의견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에 살고자 난민 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인천지검, 난민 브로커 20여 명 적발 외국인 600명 불법체류 위해 허위 신청
# “한국에 사는 동안 ○○교를 믿게 됐습니다. 친구·가족들은 잘못된 종교를 믿고 있다며 다들 야단치고 화내고 압박합니다. 다시 몽골에 귀국하면 공격당할까 무섭습니다. 종교 때문에 고통받지 않으면서 ○○교 모임을 다닐 수 있게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기회를 주십시오.”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에 접수된 난민 신청서 중 일부에는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신청자가 정치·종교적 박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통역사가 꾸며낸 사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카자흐스탄·러시아·키르기스스탄·필리핀·태국·몽골·베트남 등 국적의 외국인에게 허위로 난민 신청서를 만들어주거나 신청을 알선한 난민 브로커 일당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인천 출입국외국인청과 난민 브로커를 단속해 변호사(53), 변호사 사무장(53), 사유 스토리 작가(34, 우크라이나 국적), 성매매 알선 총책(45) 등 13명을 출입국관리법·변호사법·성매매알선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난민 신청을 알선하고 체류지 증명서류를 허위 작성한 행정사(54), 공인중개사(60) 등 9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인천지검과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해 4000여 건의 난민 신청 접수 서류를 분석해 특정 난민 신청 대행 사무실, 대리인이 제출한 신청 사유, 주소 등이 겹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수사에 착수한 결과 600여 건의 허위 난민 신청 사례를 적발했다. 이번에 드러난 난민 브로커 형태는 크게 세 가지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외국인이 접근하기 쉬워 초기부터 난민 신청을 대행해 온 행정사 난민 브로커▶스토리 작가를 고용하고 직접 심사 인터뷰에 동행하는 변호사 난민 브로커▶난민 신청 절차를 습득한 외국인이 자국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난민 브로커 등이다. 유흥업소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여성만 상대로 하는 여성 전문 난민 브로커도 있었다.
모집책과 통역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 글로 난민 신청인을 모집했다. 행정사들은 국가별로 ‘정치적 사유’, ‘종교적 사유’ 같은 정형화된 난민 사유를 만들어놓고 인적사항만 수정하는 방식으로 허위 난민 신청서를 양산했다. 외국인들은 자국에서 SNS 광고를 보고 무비자·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브로커에게 건당 120만~400만원을 주고 난민 신청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의 목적은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심사 기간 한국에 취업해 체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 신청자는 난민 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는 난민법 제5조 제6항을 악용했다는 설명이다.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보통 이 기간은 3~5년이다. 이번에 적발된 허위 난민 신청자들은 평균 1년 반 정도 한국에 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공장·건설현장 등에 취업했으며 카자흐스탄 국적 여성 90여 명은 유흥업소에서 성매매하기도 했다.
여성 전문 난민 브로커 조직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여성을 선발해 무비자로 입국시켜 유흥업소에 취업하게 한 뒤 ‘친구의 남편이 4번째 처가 되라며 강간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 등의 허위 사유를 만들어 난민 신청을 알선했다.
이번에 적발된 허위 난민 신청자 600여 명 중 일부는 추방됐으며 나머지 역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5월까지 난민 신청자 수는 총 4만470명이다. 지난해까지 2만300명의 심사가 끝나 800여 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할수록 브로커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난민 심사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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