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 빈손회담 한 달…북한 내부에서도 평가는 갈렸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마무리되고 한 달 가량이 지난 현재 북한 내부 공장기업소 등 생산 단위와 시장에서 특별한 이상 징후는 크게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식량 작황 부진에도 3월 말 시장 쌀값은 1kg당 4000원대로 하락세이고, 환율도 1달러에 8000원대로 연 초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다만 제재로 인해 광산 분야와 무역업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함경북도 무산광산은 철광석 생산량을 내수로 돌리거나 밀수에 의존하고 있다. 상당수 무역기지는 개점휴업 상태고, 직원 월급 주기도 어렵다.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석유 제품의 가격 등락이 심한 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하노이 회담 반응에는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소식통들은 무역업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상존하고, 주민들은 미제 탓이라며 자존심을 앞세우는 편이라고 전한다.
여론엔 큰 변화가 없는데 주민들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전부터 10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즈음해 국경과 사회통제를 강화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8일 논평에서 “2차 조미수뇌(북미정상) 회담에서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바랬지만,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났다”고 짧게 언급하며 그 책임을 미국과 일본에 돌렸다. 노동신문 보도 이후로는 북한 내부 회의나 강연회에서도 북미회담 결렬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회담 합의를 기대하는 조건에서 바로 대미 비난 논조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고, 미국과 협상의 끈을 유지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도가 반영됐을 수 있다.
다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회담 결렬을 간략히 언급하고 대미 비난을 강화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소식통이 파악한 북한 주민들의 의견은 처지에 따라 상반된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내각 무역기지에 종사하는 한 일꾼은 1일 데일리NK에 “석유 제품이나 발전설비 같은 기계부품도 막히니까 무역회사들의 외화벌이가 한계가 있다”면서 “날마다 무엇으로 계획을 채울지 머리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거래한 품목들이 제재에 저촉된다면서 중국 대방들이 몸을 사리고, 우리 물건도 각종 구실을 대며 값을 깎기가 일쑤이기 때문에 액상 채우기가 어렵다. 거래에서 큰 소리는 중국 대방이 치지만 어쩔 수 없다. 서로가 돈이 되는 물건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평안남도 평성에서 아파트를 건설해 팔고 있는 한 돈주는 “국가기관 종사자들은 자력갱생, 시련 극복을 강조하지만 조금만 속을 들어보면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살기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돈 되는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는 장식 재료도 구해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 분위기는 이들보다 진취적이다. 양강도 혜산 장마당에서 잔뼈가 굶은 한 상인은 “경제적으로, 사상적으로 정돈이 잘 되어 있지 않나. 봉새를 하면 우리가 나눠 먹으면서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간부들이 ‘트럼프 대통령 책임’이라는 말을 하고 다니니까 주민들도 그렇게 믿는 것”이라며 당국의 다분히 의도된 여론 조성 결과로 분석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경제봉쇄가 풀리면 무엇이 좋아질지 아직 생각이 없다.
다만, 우리가 살기 어려운 것이 봉쇄 때문이라고 했으니까 ‘봉쇄가 풀리면 잘 살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dailynk.com/하노이-회담-결렬-한-달-북한-주민들의-생각은-어떨까/
자력갱생으로 이밥에 고기국은 어렵다
노동신문은 1일, ‘자력갱생의 길은 변함없이 이어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거나 다른 나라의 원조에 기대를 거는 나라들도 있다. 이것은 진정한 번영의 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외세의존은 망국의 길이며 자력갱생만이 인민의 꿈을 현실로 꽃피울 수 있는 진로”라며, 수십년 이어온 지루한 허위 선전을 반복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걸어온 고립과 폐쇄, 그리고 망국의 길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문은 ‘고난의 행군’을 자력갱생과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극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고난의 행군을 극복한 것은 나라가 망하고 배급이 끊긴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인민들의 치열한 투쟁 정신이었습니다. 그들이 투쟁으로 일구어 놓은 장마당경제였습니다. 신문은 “만약 외세의 압력에 굴복해 자력의 원칙을 포기하였더라면 주체의 사회주의도, 우리의 국호도 영원히 빛을 잃었을 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진실이 아닙니다. 자력갱생이라는 기만적인 구호로 포장된 고립과 폐쇄노선으로 이미 사회주의는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조선이라는 국호가 빛을 잃은지도 오래입니다. 배급이 없는 사회주의가 어디에 있습니까? 최고 지도자부터 최하층 인민들까지 사회주의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잃은 지 오래인 나라가 어떻게 사회주의 국가란 말입니까?
만약,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좀 더 일찍 고립노선을 버리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해 국제사회와 협력했다면, 수백만 인민이 굶어죽는 참상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힘과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에 의거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힘과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에 의거하면서도, 동시에 국제사회의 힘과 기술, 국제사회의 자원을 이용하면 더욱 빠르고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최고 지도자와 당국은 이 평범한 진리를 부정하고 우리의 힘으로만, 우리의 기술로만, 우리의 자원으로만을 경제를 살려보겠다며 비현실적인 고립과 폐쇄적인 경제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사실, 최고 지도자가 국제사회와의 경제협력을 부정하는 것은 ‘자립경제’가 진정으로 경제발전의 유일한 길임을 믿어서가 아닙니다.
자립경제를 수십년 해왔지만, 경제가 망가졌다는 사실은 최고 지도자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방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조선 민족은 위대한 수령복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에서 살 고 있다’는 선전이 거짓으로 드러날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문이 열리고, 인민들이 세계 선진국가들의 눈부신 발전상과 가난하고 숨막히는 조선의 현실을 명백히 알게 될 경우, 거짓과 기만 위에서 유지되오던 세습독재정권을 무너트릴 지도 모른다고 겁을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자립경제, 자력갱생은 곧 고립과 폐쇄의 길이며, 고립과 폐쇄는 가난과 멸망이 길입니다. 고립노선을 과감히 버리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나라도 살고 인민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