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마이웨이 정책’에 비어가는 곳간
고용보험 작년 8000억 적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
실업자 크게 늘며 지출 급증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추진
‘文케어’ 건강보험 마이너스
4년뒤엔 적립금 반토막 될듯
◆ 기금·공기업 재정 빨간불 ◆

고용보험기금 및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2년 새 무려 5조5000억원 가까이 악화된 데는 소득주도성장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용보험기금 수지가 줄어든 건 실업자와 실업급여 지급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는데,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수입이 10조7697억원인 반면 지출은 11조5778억원에 달했다. 8082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보험 전체 가입자를 의미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지난달 말 현재 134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대폭 확대한 정부 정책 영향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일자리 안정자금과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 사업도 필요 자금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한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기업의 신규 채용 인건비와 노동자의 임금 감소분도 고용안정 계정을 통해 지원키로 하는 등 고용보험기금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폭을 크게 가져간 것도 대규모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데 임금을 올리면 역효과가 나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처럼 일자리 양을 늘리려면 임금을 낮춰야 하는데 정부의 최저임금 등 일자리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자리 지원 사업을 올해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기 때문에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안정 사업을 펼칠 때 그 재원이 적절한지에 대해 신중히 점검해야 한다”며 “투명하게 관리하고 기금 재정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원 확보를 위해 우선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추진 중이다. 근로자 0.25%포인트, 사업주 0.15%포인트 각각 요율을 인상하는 것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 하반기부터 반영된다.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업훈련과 고용안정 사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현재까지는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보험료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상황이고, 고용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요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7년 연속 흑자 행진을 펼치던 건보 재정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건강보험 수입은 62조1159억원, 지출은 62조2937억원으로 당기 수지 177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건보 재정은 2011년 6008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7077억원에 이르기까지 7년째 당기 흑자를 기록 중이었다.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작년 7월 시행되면서 건보 재정 적자는 예고돼 왔다. 예를 들어 지난달부터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검사비 부담이 완화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전립선·자궁 검사도 혜택을 받는다. 상반기 중으로 구순구개열 치아교정과 한방 추나요법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의 응급검사·처치·시술에 건보 혜택이 돌아가고, 병원·한방병원 2·3인실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건보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들어오는 수입금보다 나가는 보험급여 지출비가 많아져 건보 재정 적자는 불가피하다. 건보 누적 적립금이 2018년 기준 20조5955억원에 달하지만, 재정지출 확대로 당기 수지가 계속 적자를 보이고 누적 수지 규모도 줄면 문재인 케어가 완료되는 2022년 이후에는 전체 누적 적립금이 11조원 안팎까지 감소할 것으로 건보공단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22년 이후에도 건보 재정이 고갈되지 않고 약 10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재정관리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정부지원 확대, 수입기반 확충, 재정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재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복지부는 건보 재정 전망 및 운영 방안 등을 담은 5년 단위 종합·시행 계획을 아직 만들지도 못한 상태다. 종합 계획은 작년 9월, 시행 계획은 작년 12월까지 수립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고자 시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 때문에 건보 재정이 악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에서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유도를 위해) 건강보험의 경우 납부 보험료의 50%를 경감해 주는 정책으로 보험료 수입 감소가 우려된다”며 “작년 한 해 경감으로 인한 재정수입 감소액이 2648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섭 기자 / 윤진호 기자 / 문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