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은 미국도 북한도 완전히 판을 꺠고 있지는 않다. * 다만 이 사이에서 남한 정부는 오직 북한 편만을 드는 수석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 만일 결국 협상 판이 완전히 깨지면 남한에게 많은 책임이 전가될 것이다. * 이제는 더 이상 미국과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국민들이 나서서 이 행보를 멈춰야 할 때이다.
北신문 “자력갱생만이 살 길”… 최선희 회견은 언급 안 해
조선중앙통신·평양방송 등 대외매체도 최선희 회견은 함구 미국에 불만 토로하면서도 수위 조절 통해 협상판 유지하려는듯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인 16일 북한 매체가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명언 해설’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자주의 길·자력갱생의 길만이 우리가 갈길, 살길”이라며 “자력갱생이냐 외세의존이냐 하는 문제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이자 사활적인 문제”라고 했다. 이어 “혁명 승리의 결정적요인은 어디까지나 주체적 요인”이라면서 “오직 주체의 길, 자주의 궤도를 따라 전진하는 혁명만이 언제나 백승을 떨치게 된다”고도 했다. 창조의 자유, 그 위대함의 실현
신문은 또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려울수록 자주의 기치, 자강력제일주의기치를 높이 추켜들어야 한다”며 “당과 근로단체조직들에서는 모든 문제를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풀어나가도록 해 자력갱생·자급자족하는 기풍을 철저히 확립하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 부상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 역시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중대 입장을 발표할 경우 통상 조선중앙통신을 활용해 왔다. 이는 앞서 지난달 28일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당시 최 부상이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입장을 반박했지만, 북한 매체들이 이를 보도하지는 않았던 움직임과 같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 압박에 나서되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식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대신 최 부상의 회견을 통해 불만을 표출함으로써 판을 깨지는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 부상 역시 전날 회견에서 “미국 측이 조미(북미)관계 개선이라든가 그밖에 다른 6월 12일 공동성명 조항들의 이행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오직 우리와의 협상에서 그 어떤 결과를 따내서 저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만드는 데 이용하려 한다”면서도 “두 최고 지도자(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관계는 여전히 좋고, 합도 잘 맞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6/2019031600796.html
김정은 “남 쳐다보면 되는 일 없어”..자력갱생 강조
“단순한 문제 아냐..자주적 인민이냐 노예냐 문제” 北 신문 “道 경쟁열풍 이룩해가야 나라 발전” 강조 “패배주의, 멋 부리기, 건수 채우기 종지부 찍어야” “자력갱생과 과학기술 위력으로 경쟁속도 높여야”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장외 공방전이 가열된 가운데,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내부결속을 다지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2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언 해설’을 싣고 “누가 무엇을 도와주기를 바라면서 남을 쳐다보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신문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의 이 명언은 혁명의 길, 부강조국건설에서 견지해야 할 투쟁정신, 투쟁기풍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밝힌 강령적 지침”이라며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투철한 자주정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지니고 자기의 힘, 자강력으로 모든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자력갱생은 자주적 인민의 생명이다. 자력갱생이냐 외세 의존이냐 하는 문제는 단순히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 하는 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자주적 인민으로 사느냐, 노예가 되느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 사활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빚진 종이라고 동냥자루를 메고 구걸하느라면 어차피 자기의 운명을 남에게 내맡긴 노예가 되고 만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 같은 자력갱생 정신 강조는 대북제재 해제의 어려움과 경제 문제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 주민들의 내부 기강과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신문은 같은 날 1면에 ‘도(道)들 사이의 경쟁열풍으로 나라의 전반적, 전면적 발전을 이룩해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오늘 우리 당은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현실에 맞게 도들 사이의 경쟁을 더욱 힘차게 벌려나갈 데 대해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우리는 당의 의도를 높이 받들고 도들 사이의 경쟁열의를 고조시켜 오늘의 총 공격전에서 자랑찬 승리를 이룩해나가야 한다”면서 “경쟁을 활발히 벌려야 사회적 진보와 변혁을 이룩할 수 있고 사회 전반을 빨리 발전시킬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특히 신문은 “경쟁을 국내에서의 키 다툼식이 아니라 세계에 도전하고 세계를 앞서나가기 위한 세계와의 경쟁으로 되게 해야 한다”며 “조건과 환경을 운운하면서 동면하는 패배주의적 관점, 멋따기(실속 없이 멋 부리는 것)나 하고 건수나 채우는 식의 일본새(일하는 태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도들 사이의 경쟁속도를 높여나가야 한다”며 “도들 사이 경쟁에서의 석차는 조건과 물질 기술적 토대의 차이가 아니라 자력갱생 정신에서의 차이”라고 주창했다.
ksj87@newsis.com
https://news.v.daum.net/v/20190317145018192?f=m
‘美 설득용’ 중재안 내놓은 靑… 한미 또 반대로 가나
WP “트럼프, 北 핵포기 의사 없다는 사실 깨달았다” 北, 하노이서 우라늄 농축시설 부인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 명단 제출 안해 ‘김정은 믿는다’던 트럼프, 北 ‘기만전술’에 지친 듯 靑 중재하겠다며 ‘굿 이너프 딜’ 내놨지만, 美 설득에 무게 둬
미국 정부 내에서 ‘북한 비핵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는다’고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협상)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과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합의’의 절충안이라고 설명했지만, 북한보다는 미국 설득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미가 대북 제재와 북한 인권 문제에 이어 빅딜 문제를 두고 의견 충돌을 빚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 김정은에 전폭 신뢰 보내던 트럼프마저 돌아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백악관 관계자가 지난주 워싱턴DC에서 대북 외교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가진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심경을 전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실무진 모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믿지 않았는데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그런 사실을 알게 됐고 쉽사리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미국 뉴욕 AM970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감스럽게 북한은 그들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비핵화 진전 조치)에 대해 기꺼이 할 의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말을 믿는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일본 아사히신문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영변 핵시설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18일 보도했다. 미국 정보 당국이 파악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를 부인하고, 영변 핵시설이 무엇,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북한 당국의 협상 태도를 신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로 끝난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실험이나 로켓 실험발사, 또는 핵과 관련된 그 어떤 시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걱정하지 않는다”며 신뢰를 보냈으나,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회견을 통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안할지 국무위원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또다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격’이 됐다.
◆ 美·北 사이에서 내놓은 ‘굿 이너프 딜’…실효성 없단 지적 나와
미국과 북한의 교착 국면이 갈등 양상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촉진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굿 이너프 딜’을 들고 왔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17일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며 “(미국의)‘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전략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최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포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세운 뒤, 연쇄적인 스몰딜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게 핵심이다. 북한보다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청와대의 생각도 읽힌다.
관건은 이같은 제안을 미국과 북한이 수용하느냐다. 미국의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포괄적 비핵화 협상 방침과 배치된다. 북한의 스몰딜 요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현재 “영변 핵시설 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북 간 모든 의제를 한 번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괄타결해야 한다”는 빅딜 타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핵정책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에 대해서도 완전하게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굿 이너프 딜’의 전제인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미국이 하노이 회담 전까지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계속 거부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제안한 비핵화 약속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수 분야 경제 제재 해제’가 전부다. 이와 관련,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제시한 ‘굿 이너프 딜’은 북한 쪽 입장을 상당히 대변하는 제안”이라면서 “중재를 해보겠다는 생각에서 내놓은 안이긴 한데, 미국과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촉진자가 되겠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미국편으로 보고, 미국은 한국을 북한편으로 보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내놓은 ‘굿 이너프 딜’은 미·북 양측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며 “한국 정부의 신뢰도만 떨어뜨리는 제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금은 독자적인 안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 물 밑에서 양측의 대화 의지를 확인해야 할 때”라며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가 미국이 얘기하는 ‘WMD(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와 동일한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윤희훈 기자 yhh22@chosunbiz.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433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