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한나라 두 대통령 혼란’ 이 주는 교훈

* 결국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얼마나 어리석은 정책인지를 보게 된다.* 현재 베네주엘라의 혼란의 중심에는 친중 마두로와 친미 과이도가 있다.* 결국 대한민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서야 하는 길은 반중친미이다.

‘한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225억원 美원조에 “인도적 위기 vs 내정간섭”

과이도 “25만~30만명 살릴 수 있어”

마두로 “가짜 원조쇼…거지 아니다”

‘한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휩싸인 베네수엘라에서 해외 원조를 두고 여야 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등이 제공한 원조 물품의 국내 반입을 놓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정면 대립하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는 10일(현지시간) 유조 탱크와 화물 컨테이너를 동원해 콜롬비아 국경도시인 쿠쿠타와 베네수엘라 우레나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를 여전히 봉쇄하고 있다. 이날 콜롬비아쪽 티엔디타스 다리 초입에서 20여명의 베네수엘라 의사가 원조 물품의 반입 허용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쿠쿠타에는 미국이 지원한 식품,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100t이 지난 7일 도착했다. 물품은 티엔디타스 다리 인근 저장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미국은 인도주의 원조를 요청한 과이도 국회의장과 야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2천만 달러(약 225억원)어치의 비상 식품과 의약품 등을 보냈다. 캐나다는 4천만 달러의 원조를 약속했고, 유럽연합(EU)은 500만 유로의 원조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도 500만 유로의 지원을 결정했다. 과이도 의장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원조 물품의 배포를 도와달라고 촉구하면서 금주 중에 원조 물품의 반입과 배포를 위한 계획이 준비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 8일 대학생 집회에 참석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원조로도 현재의 식품 및 생필품난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25만∼30만명의 국민이 즉각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면 죽을 위험에 처해 있다”며 군부를 향해 반입 허용을 촉구한 바 있다.

야권은 오는 12일 대규모 시위를 개최해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원조 물품의 국내 반입을 다시 한번 압박할 계획이다. 베네수엘라 여야는 인도주의적 원조를 놓고 정면 대립해왔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마두로 정권은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경 다리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반입을 막고 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야권은 원조를 통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우호적인 지지를 끌어내고 원조 물품 반입을 막는 군부에서 동요가 일어나기를 내심 바란다. 과이도는 “미국의 개입은 논란이 되는 사안이지만 인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뭐든지 할 것”이라며 마두로 정권의 퇴진과 인도주의 위기 완화를 위해 미국의 개입을 용인할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은 미국이 경제난의 주요인 중 하나인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우선이며 원조를 계기로 미국이 군사 개입 등 내정간섭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국이 ‘민주주의 회복’ ‘인도주의 위기 해소’ 등을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속셈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비롯해 금,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 이권을 통제하기 위해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베네수엘라 정부의 판단이다. 마두로 정권이 미국의 원조를 ‘트로이 목마’로 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으로 이타카의 왕이었던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의 배 안에 군사를 숨기는 계략을 써 그리스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때문에 ‘병주고 약주기식’ 해외 원조 물품 반입 금지를 고수하는 마두로 정권의 입장은 단호하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정권 전복을 위해 기획되고 구경거리에 불과한 국제사회의 가짜 인도주의 원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소량의 원조를 제공하면서 100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 자산과 수입을 막기 위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라틴아메리카 지정학전략센터(CELAG)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미국과 동맹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부과한 경제·금융 제재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제재로 인한 상품 및 서비스 손실이 총 3천500억 달러(약 393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베네수엘라가 겪는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식량과 생필품 부족 등과 같은 경제난이 현 정권의 비효율적인 경제 운용과 부패 등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외국의 경제 제재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많은 베네수엘라인이 해외로 이주하는 인도주의적 위기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제 제재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런 경제·금융 공격은 대개 군사 개입의 전주곡”이라고 진단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한 나라 두 대통령’…베네수엘라 결국 유혈 사태

구호품 반입놓고 국경 곳곳 충돌

마두로, 콜롬비아와 단교 선언

미국은 마두로 퇴진 연일 압박

‘한 나라 두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사태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 등이 제공한 원조품 반입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 브라질 접경에선 유혈 충돌까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전 정권 때부터 이어져 온 좌파 포퓰리즘 정책과 가격 통제 등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미국 지원을 등에 업고 원조품 반입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 측을 지원하는 콜롬비아와 단교를 선언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콜롬비아 등 베네수엘라와 인접국 도시에서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잇따라 베네수엘라 국경 진입을 시도하며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하지만 외세 개입이라며 물품 지원을 거부한 마두로 정부의 국경수비대가 야당 의원들과 주민들을 향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은 결국 베네수엘라로 진입하지 못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국경 지대에서 원조 물품을 두고 폭력 시위가 벌어지면서 28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국경 쿠쿠타 지역에서 구호품을 싣고 출발한 12대 트럭 중 6대가 국경을 넘지 못하고 되돌아갔고 국경을 통과해 우레냐까지 진입한 차량 2대는 화염에 휩싸였다.

브라질 국경과 접한 산타엘레나 데 우아이렌에서도 군과 주민들이 충돌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페날은 “14세 소년을 포함해 2명이 숨졌고 31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5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리는 미주 국가들 모임 리마그룹 회의에 참석해 과이도 의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리마그룹은 앞서 과이도 의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며 미국이 군사 행동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군 가운데 ‘반(反)마두로’ 진영으로 돌아서는 군인도 늘고 있다. 콜롬비아 이민국은 베네수엘라 군인과 경찰 등 23명이 탈영해 투항했다고 발표했다. CNN은 최소 60명의 베네수엘라 군인이 반정부로 입장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브라질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콜롬비아와는 외교 단절을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어떤 원조도 필요하지 않다”며 “과이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친미 성향의 우파 정권이 들어선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미국과 함께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해 지원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브라질 부통령 “베네수엘라 사태 정권교체 외에 해결책 없을 듯”

마두로 퇴진·재선거 후 ‘베네수엘라판 마셜 플랜’ 지지

베네수엘라 위기와 관련해 브라질 정부는 정권교체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우톤 모우랑 브라질 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브라질 국경을 폐쇄한 데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정권교체 외에 다른 출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우랑 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은 마두로 정권이 모든 게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마두로 퇴진 후 재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새로 선출하고 국가 재건을 위한 ‘베네수엘라판 마셜 플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우랑 부통령은 브라질 정부를 대표해 오는 25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리는 리마 그룹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리마 그룹은 베네수엘라 정국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에 구성된 외교 모임이다.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콜롬비아·칠레·파라과이 대통령 등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펜스 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처한 인도주의·치안 위기와 베네수엘라 구호 물품 반입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한편, 모우랑 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군 장성 출신인 그는 “브라질 정부는 다른 나라의 국내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美볼턴 “유엔주재 베네수엘라 무관 과이도 지지 선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무관이 자국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페드로 리치노스 대령이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임을 공식 선언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군부에서는 앞서 지난 2일 프란시스코 야네스 장군이 트위터로 유포된 동영상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독재와 부패를 비난하면서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 정책의 선봉에 서고 있는 볼턴은 베네수엘라 군부가 이러한 반(反) 마두로 전선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 플로리다국제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군부가 과이도를 지지하지 않으면 ‘돈줄’이 차단돼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이도는 지난 1월 취임한 마두로 정권의 정당성을 부인하면서 임시 대통령임을 자처,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마두로 퇴진에 앞장서고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