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늘어나는 불법 체류자 문제… 공론화와 대책이 필요

마을 1700명 중 400명이 불법체류자..”그들 없인 농사 불가

농장·과수원·어촌 등 대거 고용 불길 뚫고 90세 노인 구한 미담도

화성 공단 15000명이 불법체류

불법체류자에 의존하는 농어촌

“가족이 불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불법·합법을 따지겠나. 그런 마음으로 할머니를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길이 번진 집으로 뛰어들어가 90세 할머니를 구한 니말 시리 반다라(40·스리랑카)가 한 말이다.

니말은 2017년 2월 자신이 일하던 경북 군위군 고로면의 한 과수원 인근 주택에서 불이 나자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 할머니를 구했다. 2011년 비전문취업(E-9) 자격으로 입국한 니말은 2016년 7월 체류 기간이 만료돼 당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의로운 행동 덕분에 니말은 불법체류자 신분임에도 의상자로 인정됐다. 또 지난해 12월엔 영주(F-5) 자격까지 얻었다.

니말은 고로면의 한 과수원에서 가족 생계를 위해 일해 왔다. 실제 니말처럼 농어촌과 공장 지역에는 가족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 일하는 불법체류자가 많다. 그들은 이미 국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주민 1300여 명 규모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지난 가을 약 400명의 불법체류자가 농사일을 했다. 지난해 10월 말 그 마을에서 만난 수안(39·여·가명)은 태국에서 교사였다. 고향에 10살 딸과 7살 아들이 있다. 수안은 양구에서 한 달에 170만원 정도를 번다. 이 돈 중 100만원은 태국으로 보내고, 월세와 식비로 50만원을 쓴다. 나머지 20만원은 저축한다. 농장 주인 박모(52)씨는 18일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이들이 없으면 농사짓는 게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일이 없어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나갔지만 봄이 되면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목포와 신안 등 어촌도 비슷하다. 장기간 바다에서 머물러야 하고 고된 뱃일 특성상 한국인 선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져 불법체류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한 번 출항 때 짧게는 9일, 길게는 12일 이상 조업하는데 한국인에게는 300만~400만원을 줘야 하지만 불법체류자는 150만~200만원이면 된다.

경기도 화성시의 공장 지역은 불법체류자들이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는 화성시에만 5만 명이 넘는 외국인근로자가 있는데 이 중 1만5000명 정도가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한윤수 소장은 “이제는 대책 없는 단속보다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단속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합법적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외출을 하지 않아 공장은 물론 주변 상인들까지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무리한 단속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얀마 출신 불법체류자 탄저테이(25)는 지난해 8월 경기도 김포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의 단속을 피하던 중 7.5m 높이의 공사장 아래로 추락했다. 뇌사 상태에 빠진 그는 17일 후인 9월 8일 숨졌다.

현재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도가 있지만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만드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비전문취업 E-9)의 경우 폐업과 임금체불 등과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이직이 가능하다. 또 최장 4년10개월까지 일한 뒤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안정적인 고용과 거주가 보장되지 않다 보니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비전문취업 비자로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와 불법취업 등으로 강제퇴거된 외국인은 2만4462명에 달한다.

이혜경 배재대 공공인재학부 교수(한국인구학회 회장)는 “현재 농산어촌에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부분을 불법체류자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나라 사업체 조사는 기본적으로 5인 이상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데 농어촌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자라 사실상 기본적인 통계조차 파악이 안 됐다. 이제라도 농어촌의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를 통해 고용허가제 쿼터 등을 현실화하는 등 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머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박진호·최종권·김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한국 들락날락 메뚜기 불법취업“SNS서 일자리 구해

비자 완화 악용하는 외국인들

관광 목적 입국 뒤 불법취업 반복

페북 등에 하루 40만원 보장광고

동남아서 합숙하며 직업교육도

베트남 국적 화이(26·여·가명)는 지난해 봄 한국에 온 뒤 페이스북을 통해 노래방 도우미 자리를 얻었다. 지금은 경남 진주시 유흥가에서 일하고 있다. 원래 공항 도착 뒤 평소 알던 한국인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기로 했지만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화이는 페이스북에 ‘노래방 직원’ 등의 검색어를 넣어 스스로 일자리를 찾았다.

6개월 전 베트남에서 입국해 경남 창원시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꾸잉(28·여·가명)도 비슷한 경우다. 꾸잉은 “창원의 한 공장에서 일했는데 좀 더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등을 검색해 이곳의 일자리를 알게 됐다”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유흥가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베트남 등 외국인 여성이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로 가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본지 취재팀이 페이스북 등에서 ‘베트남 노래 도우미’나 ‘베트남 노래방아가씨’ 등을 검색하면 쉽게 구인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하루 40만원 이상 보장’ 등 고액을 벌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연락처를 적어놓았다. 또 ‘F6(결혼 이민자) 비자 환영’이라는 문구와 함께 업소 위치를 표시한 지도까지 올려놓은 곳도 있었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외국인 여성의 경우 상당수가 먼저 한국에 들어온 지인이나 브로커를 통해 유흥주점이나 성매매 업소를 소개받지만, 일부는 SNS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에는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 여성들이 불법 성매매 업소 중 하나인 일명 ‘오피(오피스텔)’로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래방 도우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지 않아 단속 가능성도 그만큼 적어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취재팀이 전국 불법 성매매 업소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찾아 접속한 결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태국ㆍ몽골ㆍ러시아ㆍ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여성들이 성매매·유사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사이트 게시물에는 외국인 여성의 얼굴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나이와 키, 몸무게 등 신체 사이즈도 적혀 있었다. 한국말을 잘하는지, 현재 배우는 중인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유흥업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태국의 경우 현지에 직업교육을 하는 장소가 따로 있어 브로커가 한국에 올 여성을 합숙시키면서 외모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눈 뒤 유흥업소로 보낼지, 농장과 공장으로 보낼지를 정한다고 한다.

취재팀이 전화로 접촉한 외국인 전문 ‘오피’ 운영자는 “상당수가 교육받고 온 애들”이라며 “불법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관광비자 등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여성들은 체류 기간이 지나도 돌아가지 않고 유흥업소 등을 전전하며 불법체류자로 남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에 오려면 비자가 필요하니 어학연수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공부는 잠깐 하고 유흥업소와 농장 등으로 돈을 벌러 가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SNS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몰려드는 불법체류 보고서]한국 들락날락 ‘메뚜기 불법취업’…“SNS서 일자리 구해”

복수비자 늘려 관광의 문 열어놓되, 불법체류 등 악용 막을 장치 마련을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신(新)남방국가 국민의 입국 편의를 위해 단기방문(C-3) 복수비자 대상을 확대했다. 케이팝(K-POP) 등 한류영향으로 이들 나라 국민의 방한이 늘어난 것에 대한 조치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공무원, 국영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복수비자가 발급됐는데 이 조치로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 주민들도 신청 자격을 얻었다.

전문가들이 보는 해법

이와 함께 미얀마·캄보디아·스리랑카·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 10개 국가 전문직 종사자 등도 기존 5년이었던 단기방문 복수비자의 유효기간이 10년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단기방문, 어학연수 비자 등 비자 발급 간소화로 출입국의 문이 넓어지면서 이를 악용해 불법 취업을 하는 이들이 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법무부 홈페이지 국민참여란에는 “불체자를 늘리는 것이냐”는 반대 입장을 피력한 글이 올라와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생긴다고 비자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의 문은 열어두고 이를 철저하게 관리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순환 용인대 관광학과 교수는 “복수비자 대상을 늘리는 것은 방한 관광객 확대로 이어져 경제적 가치가 크다”면서 “악용되는 부분은 적발·단속을 통해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좁은 국내 취업문을 연 뒤 불법체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신남방국가국민들의) 국내 공식적인 취업 루트가 제한적이다 보니 불법·음성적인 취업 루트가 들어설 틈이 생기는 것 같다”며 “외국인의 취업을 무조건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우 비자제도 확대 등의 조치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3000만명을 돌파했다”며 “비자제도를 묶기보다는 불법 체류라든가 다른 불법적 일들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박진호·최종권·김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복수비자 늘려 관광의 문 열어놓되, 불법체류 등 악용 막을 장치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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