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더러워“..중국인 유학생은 무조건 싫다?
“믿고 거르는 중국인”…캠퍼스 덮친 ‘제노포비아’
[대학가 중국화(化)-①]”소외된다”는 중국인, “이유 있다”는 한국인…”혐오 확산 주의해야”
#대학생 A씨(22)는 신입생 시절 선배에게 ‘꿀팁’ 한 가지를 전수받았다. 바로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수업을 피해야 한다는 것. 중국인 유학생들의 불성실한 태도 탓에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는 게 선배의 설명이었다. A씨는 “캠퍼스 내에서 ‘중국인 유학생은 믿고 거른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면서 “수업 뿐만 아니라 식당, 동아리 등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B씨(22)는 한국 학생들의 ‘편견’ 때문에 위축이 될 때가 많다. B씨는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을 ‘시끄럽고 더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중국인 유학생)도 미국인과 같은 유학생인데 다른 대접을 받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대학 캠퍼스에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가 번졌다. 중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혐오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으로 인한 고충이 상당하다며 ‘이유 있는 혐오’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학내에서의 제노포비아가 자칫 중국인 전반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말 안 통하고 시끄러워서”…소외되는 중국인 유학생
국내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많은 국적은 단연 ‘중국’이다. 13일 교육부 ‘2018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대학·대학원)의 전체 외국인 유학생(14만2205명)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 비율은 48.2%(6만8537명)에 달한다.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5명이 중국인인 셈. 10년 전(70.5%)보다 비중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다수다.
중국인 유학생이 캠퍼스의 일원이 된 상황.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 사이의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는 중국인 허모씨(23)는 “대학 생활 2년 동안 한국 학생들과 엠티(MT)를 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주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중국인들과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중국인 경상씨(23)는 “팀 프로젝트 과제가 중요한데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나를 빼고 조 모임을 진행해 소외감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 유모씨(22) 역시 “외부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한국 학생들이 우리(중국인 유학생)가 없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하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캠퍼스에서 인종차별이나 제노포비아를 경험한 중국인 유학생도 적지 않다. 부산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리모씨(24)는 “조 모임이 있어서 갔더니 나를 앞에 두고 ‘짱깨는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면서 “한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부분 ‘중국인은 목소리가 크고 예의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학생들은 근거 없는 배척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부진하고 학습태도가 불량해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는 게 한국 학생들의 주장이다.
대학생 고은별씨(25)는 “중국인 유학생과 함께한 팀플이 인생 최악의 팀플이었다”며 “한국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중국인이었다. 지각도 밥 먹듯이 했다. 불성실한 건 언어 탓이 아니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이모씨(24)는 “교양과목 시험 때 한 명이 시험지를 받자마자 나갔다. 교수님이 왜 시험을 포기하냐 물으니 ‘중국인이라 한국어를 못 쓴다’고 답하더라. 어학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고 전했다.
◇학교 밖에서도 중국인 유학생 기피…”제노포비아 경계해야 할 때”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혐오는 캠퍼스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학교를 넘어 대학가까지 중국인 유학생 기피 현상이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서 ‘중국인’은 기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중국인은 더럽고 시끄럽다’는 인식에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가 피하는 분위기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집 보러 올 때 중국인 이웃이 있는지 묻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피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A대학 근처 식당에서 일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부당 해고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0월 초쯤 사장이 중국인 유학생 B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평소에도 ‘B는 한국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 저 정도면 문제 있는 거 아니냐’, ‘내가 교수라도 답답했을 거다’ 등의 말을 했다. 며칠 뒤 갑자기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장은 인원 감축을 위한 해고라고 했다. 그런데 B씨가 잘린 뒤 새로운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온 걸 보고 유학생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해당 식당 관계자는 “매출 감소로 인해 아르바이트생 수를 줄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캠퍼스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보인다”면서 “한국 학생들의 편견 때문에 중국인들이 배제된다. 이런 정서가 사회 전반의 ‘중국인 혐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가영, 김건휘 기자
“뭘 알아야 배우죠“…방치된 유학생, 웃음짓는 대학가
[대학가 중국화(化)-②]외국인 유학생 15만 시대, ‘어학능력 부족’ 그림자도…전문가 “입학부터 높은 수준 요구해야”
대학가에 ‘국제화’ 바람이 거세다. 교정을 거니는 외국인 유학생은 이제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전공·교양 수업을 막론하고 어느 강의실을 가도 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는 외국인 학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의 대학생활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 학생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막연한 국제화 환상에 빠진 교육당국과 학교의 낙관적 태도에 정작 등록금을 내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고통만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유학생 15만 시대
외국인 유학생은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매년 해외에서 한국 대학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교육부의 ‘2018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과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14만2205명으로 전년(12만3858명) 대비 14.8% 증가했다. 2008년(6만3952명) 이후 10년 만에 두 배를 훌쩍 넘겼다.
특히 중국인 학생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전체 외국인 학생 중 중국인만 6만8537명(48.2%)에 달한다. 두 명 중 한 명 꼴이다. 서울 시내 주요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장 많은 외국인 학생이 수업을 들은 고려대와 경희대, 성균관대 모두 중국인 학생의 수가 2000명을 넘었다. 특히 성균관대의 전체 외국인 학생(3853명)에서 차지하는 중국인(2607명) 비율은 67.7%에 달했다.
이처럼 해외 유학생이 급증하며 대학 강의실에는 한국 재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섞여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다소 어색한 긴장감이 흐른다. 어학 능력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 A씨(25)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서로 못하다 보니 차라리 영어로 얘기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윤모씨(26)도 “모든 유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부족한 어학능력 때문에 강의나 그룹활동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어 늘어나는 유학생이 솔직히 마냥 반갑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러운 증가 우려에… 대학 “문제 없어”
이처럼 해외 유학생이 급증하며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어학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입학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으로 교육 당국의 보여주기식 국제화 정책이 가장 먼저 지목된다. 교육부는 2015년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2023년까지 유학생을 2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듬해 유학생 입학 기준을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서 2급으로 내려 비판을 받았다. TOPIK 관계자에 따르면 3급은 ‘기초 언어 구사’ 수준에 불과하고, 2급은 이보다 더 낮은 등급이다.
대학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외 유학생이 급증한 수 년 전부터 국제화 지수를 높여 정부지원금을 얻는 동시에 이들의 등록금으로 재정을 확충하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관계자는 “유학생 증가로 받는 정부 지원금은 일체 없다”며 “재정 충당이 목적이라면 입학금도 올렸겠지만 최근 오히려 낮추는 추세”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유학생 적응 및 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과 강의 수강 기준 등을 마련해 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입학시 TOPIK 급수 기준이 없긴 해도 전공 수업 수강을 위해서는 4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며 “수업에 있어 크게 방해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당 대학이 제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학생 중 55%가 TOPIK 4급 이상을 소지하고 있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정작 수업 현장에서는 학교와 당국의 이같은 낙관적인 시각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경희대학교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A씨(25)는 “학교가 유학생들을 위해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한다고 하는데, 전혀 모르겠다”며 “(아마) 유학생들 대부분이 모를 것이다” 말했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학생도 교내 한국어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려대학교를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B씨(24)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6급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어 능통자지만 학교의 도움을 받은 기억은 없다. B씨는 “학교의 어학당이 아니라 따로 중국에서 학원을 1년 다니며 공부를 한 게 많이 도움됐다”며 “학교 한국어 프로그램은 1대1로 멘토링 해주는 프로그램 말고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에 입학 기준인 TOPIK 자체가 실제 강의에서 필요한 한국어 능력과 관계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 대부분이 ‘일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인 TOPIK 4급이면 입학이 가능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것. 중국인 대학생 C씨(23)는 “TOPIK은 듣기·읽기·쓰기만 있어 회화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TOEIC점수가 높다고 영어를 다 잘하는 것이 아니듯, TOPIK이 높다고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TOPIK 5급이어도 회화를 전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학생 수에 집착하지 말고 입학 단계서부터 높은 수준을 요구해 교육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한 유학원 원장은 “대학 대부분이 TOPIK 4급 이상 학생을 선발해 알아서 한국어 수업을 공부하게 한다”며 “이런 시스템은 한국어를 열정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만들고, 결국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경제통상 교수는 “처음 입학할 때부터 높은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학교가 유학생의 한국어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단순히 재정적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라며 “한국 학생처럼 같이 인재를 키워낸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이강준, 임찬영 기자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김건휘 인턴기자 topgun@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권용일 기자 dragon_1211@mt.co.kr,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미·중 충돌때 中지지 1.1%뿐“..중국도 놀랐다, 한국의 혐중
중국 기관 산하 저널에 전문가 기고
“미·중 군사충돌 때 중국 지지 1%”
사드 특집호 때와 논조 180도 달라
한한령 해제 등 교류 요구도 나와
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한국 국민의 중국 호감도는 2009년 51점에서 2017년 42점으로 급감했다. 미국 호감도는 같은 기간 65.1점에서 66.5점으로 높아졌다. 심리적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한국 국민감정이 미국으로 기울면서 중국과 멀어지는 친미소중(親美疏中) 현상을 파헤친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의 왕샤오링(王曉玲·42·사진) 부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절정이던 2017년 10월 한국을 찾았다. 사회학자인 왕 연구원은 한국 성인 1047명을 대상으로 한·중 관계를 조사했다.
2009년에 이은 두 번째다. 결과는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간행하는 『현대국제관계』 2018년 10호에「한국 민중의 ‘친미소중’ 현상, 원인과 대책」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1년 전 사드 특집호를 펴내 한국을 비판했던 것과 180도 달라졌다. 천샹양(陳向陽) CICIR 한반도연구실 부주임은 2017년 『현대국제관계』에서 “중·러의 보복으로 한국은 장차 국가이익에 거대한 손해를 받아 (미국 선택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연구원은 전략·신뢰·경제·감정 네 측면으로 악화일로인 한국인의 반중 감정을 조사했다. 우선 국가 안보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했을 때 중국을 지지하는 한국인은 1.1%에 불과했다. 미국 39.2%, 중립 52.7%와 절대적 차이다. 한국인 30~40%가 한미동맹에 충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안보상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은 버리는 ‘연미기중(聯美棄中)’ 기조가 확고하다.
신뢰감도 바닥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나라로 미국이 41.2%인 데 반해 중국은 11.3%에 불과했다. 4분의 1 수준이다.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 나라로 미국 27.1%에 비해 중국은 7.1%에 불과했다. 중국을 미국보다 더한 분단 고착 세력으로 보는 셈이다. 중국의 군사력이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한국인도 80.5%에 달했다. 논문은 “국가 신뢰도에서 한국인은 미국을 신뢰하고 중국을 의심하는 신미의중(信美疑中)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풀이했다.
정치적으로 냉랭해도 경제 교류는 뜨거운 ‘정냉경열(政冷經熱)’ 현상도 겉모습 뿐이다. 경제 협력의 중요도를 100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한·중 경협은 62.5점으로 일본 50점보다 높지만 67.9점인 미국보다 낮았다. 50점 이상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율은 미국 76.1%, 중국 67.7%로 “미국은 중시하고 중국은 경시하는 중미경중(重美輕中)” 경향이 두드러졌다.
국민감정은 미국을 사랑하고 중국은 혐오하는 애미혐중(愛美嫌中) 경향을 보였다. 자유롭고 개방된 나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미국 64.3%, 중국 5.1%로 답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 역시 중국은 4.9%로, 미국 25.7%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언어 보급률도 영어 92.7%로 중국어 56.9%를 압도했다.
친미반중 현상의 장기화 추세도 심각하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 왕 연구원은 서울대 통일연구소의 연례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분석해 2013년부터 중국을 위협대상으로 여기는 29세 이하 젊은 층의 비율의 60대 이상 노년층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젊은 진보, 늙은 보수”라는 통념이 깨지면서 혐중 감정은 세대교체에도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이 중국을 보는 시각에는 냉전 이데올로기, 민족주의, 중국위협론 세 요인이 섞여 있다. 2004년 동북공정과 2005년 북한 김정일의 핵 보유 선언을 거치며 중국을 보는 국민감정이 처음으로 나빠졌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를 거치며 중국이 북한을 보호한다는 인식이 각인됐다. 2017년 사드 갈등은 결정타가 됐다.
논문은 한·중 관계의 사회적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 연구원은 “이익으로 사귀면 이로움이 다하면 헤어지지만, 마음으로 사귀어야 오래 멀리 간다(以心相交 成其久遠)”며 “사드 갈등을 교훈 삼아 정치·경제 영역에서 고위급 교류 플랫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과거 대기업 위주였던 한·중 협력을 실업으로 고통받는 한국 젊은 층과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 청년층의 친미보수화 경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 산업의 융합이 양국 사이의 동화를 촉진하는 데 유리하다”며 막혀있는 중국 자본의 한국 문화산업 투자 허용을 건의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주한 중국 대사관이 한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에 실패한 결과”라며 “중국 당국은 사드로 상처받은 한국 국민감정을 직시하고 매력 외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화 교류를 막는 한한령 해제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경희대 주재우(중국어 학과) 교수는 “중국 관방 연구기관의 한국 현지 연구가 잦아지는 추세”라며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도록 적극 관리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중국의 ‘사프 파워’, 한국 농락….각계 각층에 친중세력 심어
1980년대 말 냉전 체제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국제관계학계에서는 ‘소프트 파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냉전 시기와 그 이전 강대국이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발휘할 때 주로 사용한 군사력 중심의 정치행동을 ‘하드 파워’로 보고, 경제나 문화 등 인적·물적 교류를 통한 영향력 행사를 소프트 파워라고 규정했다.
이 분류는 2000년대 후반까지는 맞는 말처럼 보였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2조 달러를 넘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부터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다. 2017년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국립기금(NED)’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샤프 파워’라 불렀다. 세계 언론은 이 단어를 적극 사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포스트,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은 중국이 샤프 파워를 발휘한 사례로 중국 자본에 인수된 미국 언론들이 반중 칼럼니스트와 기자들을 해고한 것, 호주 출판사가 반중 서적을 출간했다가 즉시 회수한 일 등을 들었다. 그러나 사실 중국이 샤프 파워의 시험대로 삼았던 나라는 한국이다. 중국이 샤프 파워를 사용하는 궁극적 목적은 ‘속주화’다.
2003년 ‘동북공정’으로 시작한 中 샤프 파워
중국이 한국을 샤프 파워의 시험대로 사용했다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우려하거나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 좌우 성향을 넘어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이 중국을 비판하지 않아 중국의 횡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샤프 파워를 처음 발휘한 것이 2003년을 전후로 시작된 ‘동북공정’이다. 1993년 한국이 산업연수생 제도를 시행한 뒤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1998년 집권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재외동포 지위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한국말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입국하는 데 거쳐야 할 문턱을 없앴다. 보통 국가라면 외국인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불법체류자가 넘치면 입국을 제한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운동권 출신 정치 지망생과 학자들은 중국 경제 발전을 ‘경이적’이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런 모습을 보고 한국을 친중국가로 만드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 등 서방 진영을 막는 ‘완충국가’로 북한만 있는 것보다는 남북한이 모두 완충국가가 된다면 좋을 터였다. 중국은 이를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시작으로 먼저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조선족 중국인을 세뇌하고자 고조선과 삼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왜곡했다. 이것이 한국에도 알려지면서 반중 감정이 일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1조 달러를 넘어선 2006년 11월 새로운 대한반도 전략을 선보였다. 소위 ‘중국 공산당 장학생’을 만들고, 한국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적극 도와준 것이다. 독약이 든 미끼라는 생각을 못한 한국 지식인과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중국 공산당의 영향 아래로 들어갔다. 2년 가까이 시행된 이 정책을 시험한 것이 2008년 4월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폭동’이다.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은 정보기관 조직을 활용해 한국에 있던 중국인 청년 4만여 명을 끌어 모았다. 전국 곳곳에서 데려오기 위해 버스 400여 대를 전세 냈다. 오성홍기와 이를 매달 알루미늄 깃대는 모두 중국에서 공수해 왔다. 한국에 있던 중국인들은 몸만 오면 되는 것이었다.
시험은 성공이었다. 중국인 4만여 명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부터 중구 태평로, 시청 광장, 을지로, 종로 일대를 점거하고 불법폭력시위를 벌였지만 한국 정부는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중국인 폭도들은 길가는 한국 사람과 ‘자유티베트운동’을 펼치는 외국인들을 집단 폭행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당시 폭행 현행법으로 붙잡힌 중국인들은 며칠 뒤 풀려났다. 당시 현장에서 경찰에게 “왜 폭행하는 중국인을 체포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경찰 기동대 지휘관이 “상부에서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며 개입하지 말고 질서유지만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2010년 이후 국내 사회적 논란 뒤에 숨은 중국의 샤프 파워
이때부터 중국은 한국에서 샤프 파워’를 사용하는 데 훨씬 대담해졌다. 중국 공산당 선전매체 인민일보는 2005년 8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한글 기사를 만들어 내며 온라인에 뿌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들어서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초대형 도발 행위를 저질렀다. 이때 중국은 외교관을 보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으로 볼 수 없다”거나 “한국은 연평도 공격에 대응하지 말고 이성적인 태도로 대응하라”고 말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때 한국 정치권과 언론계, 학계는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2011년 4월에는 한국에 스며든 중국인과 ‘중국 장학생’들로 샤프 파워를 발휘했다. 바로 제주해군기지 논란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한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논리 가운데 하나가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한 뒤 미군이 정박하면 가만있는 중국을 자극해 더 위험해진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같은 해 여름에는 중국이 제주도 남방의 한국 영토 이어도를 자기네 땅이라며 영해에 편입시키겠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LG와 삼성 등 한국 기업을 목표로 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공안 당국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중국은 초미세먼지 책임을 부정하고 자국 어선이 한국 영해까지 들어와 불법조업을 하면서도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심지어 2011년 12월 해양경찰 특공대원 1명이 중국 어선 선원에게 살해당했다. 이렇게 중국이 먼저 한국을 자극했음에도 국내에서는 “가만히 있는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은 2012년 초에는 자국 내에 있던 탈북자들을 붙잡아 강제북송했다. 탈북자 강제북송은 그 이전부터 있었지만 이때는 대규모의 조직적 단속을 통해 탈북자를 붙잡은 뒤 강제북송했다. 북한에 간 탈북자들은 생사확인이 안 됐다. 이를 본 국내 인권단체들은 당시 서울 통인동에 있던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다.
이때 시위 현장에서 만난 탈북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여기 지금 중국 공안과 국가안전부(MSS) 요원 수십여 명이 있으니 조심하시라”고 충고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하자 “예전에 내가 중국에서 붙잡혀 북한으로 압송당할 때 우리를 체포한 자, 우리를 고문했던 국가안전부 요원들을 봤다”고 답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기자인 척 수첩과 카메라,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인터뷰를 빙자해 한국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시위 참가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당시 경찰과 정보기관에 알렸지만 담당자들은 “보고하겠다”는 답변만 한 뒤 아무런 행동도, 조치도 하지 않았다. 중국 요원들은 그 이후로도 현장에서 활개쳤다.
2012년 4월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오원춘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족 중국인 오원춘이 길 가던 한국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이후 경찰 수사 결과 오원춘은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신체를 360조각 낸 것이 밝혀졌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당국과 언론은 “한 개인의 문제가 자칫 반중 정서로 확대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당시는 중국 장기매매 조직의 국내 활동설로 국민 불안이 심각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오원춘과 중국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국민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2012년 11월 방한한 데이비드 킬고어 전 캐나다 아태담당 국무장관은 인터뷰에서 “중국 장기매매 조직은 폭력배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을 배후로 둔 인민해방군 의료기관들”이라고 폭로했다. 이때 국내 최고위층 인사들의 이상한 행동도 드러났다.
킬고어 전 국무장관이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함께 의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지려고 했으나 방한 며칠 전에 갑자기 행사가 취소됐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 장기매매 현황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으나, 프레스센터 측이 회견 전날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또한 킬고어 전 국무장관이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면담 약속을 잡았지만 만나기 하루 전 면담이 취소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때 중국 공산당 선전감독으로 잘 알려진 장예모 감독과 만났다.
2013년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 중국의 샤프 파워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그래도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하던 중국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부터는 노골적으로 샤프 파워를 발휘했다. 그 움직임 또한 중국 공산당이 회의를 갖고 방침을 정한 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하면 국내에 있는 ‘중국 장학생들’이 바람잡이를 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식이었다. 이때 숨어 있던 샤프 파워의 전위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2월 중앙일보는 “청와대에서 중국어 배우는 소리가 나오게 하자”는 주장을 폈다. 우리가 친중국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같은 해 4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은 안미경중(安美經中) 기조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좌익 성향 일간지나 온라인 매체, 미디어 비평 매체들의 ‘친중 사대주의 주장’은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거의 인민일보나 환구시보 수준이었다.
이런 친중적 주장은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한 뒤부터 봇물 터지듯 나왔다. 게다가 박 대통령 스스로부터 중국에 우호적이었고, 당시 정권의 안보 수뇌부는 모두 친중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었다. 공중파들은 뒤처졌다고 생각했는지 2015년부터 ‘미국은 지는 해, 중국은 떠오르는 해이자 미래’라는 식의 다큐멘터리와 특집프로그램을 내놨다. KBS는 2015년 1월 신년특집으로 ‘슈퍼 차이나’라는 7편 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고, SBS도 비슷한 시기 ‘중국 富의 비밀’이라는 3편 짜리 다큐멘터리를 내놨다. 이후 공중파 방송들은 거리낌 없이 중국을 찬양했다.
서방 진영은 이해 못하는, 2016년 이후 중국의 ‘샤프 파워 행패’
2015년까지 중국이 한국에서 발휘한 샤프 파워는 그 후와 비교하면 나은 편이었다. 2016년 1월 북한이 ‘광명성’이라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2월 4차 핵실험을 자행한 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상황이 중국의 주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에 미국 측에 탄도탄 요격체계 사드 배치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이해 7월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포대를 보내고, 롯데그룹이 국익 배려 차원에서 성주 골프장을 제공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미국의 도움으로 방어막을 친 것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중국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샤프 파워를 발휘했다. 사실상 행패였다. 중국은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했고,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영업하던 마트를 강제로 폐쇄시켰다. 그래도 한국 국민들이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더 반발하자 한국 내에 있는 ‘샤프 파워 팩터(Factor)’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정권퇴진 민중총궐기’ 대규모 시위였다.
사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는 2015년 11월에도 있었다. 그러나 언론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2016년 11월 집회는 달랐다. 같은 해 2월과 3월에 열렸던 민중총궐기와 달리 11월 12일 민중총궐기는 9월부터 준비위원회가 결성돼 집회를 준비했다. 동원 인력도 적지 않았다.
2016년 11월 12일 민중총궐기는 한국 언론 대부분이 편을 들어주면서 ‘박근혜 탄핵촉구 집회’로 이어졌다. 이때 시중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이 박근혜 탄핵을 일으키기 위해 민중총궐기 집회에 중국인들을 대거 동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민중총궐기 주최 측은 이를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현장에서 중국인들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중국 선전매체의 선동은 이 같은 의혹에 더 힘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 선전매체 환구시보는 탄핵안 가결 이튿날 사설을 통해 “박근혜가 탄핵됐으니 이제는 ‘사드’를 탄핵할 차례”라며 선동했다. 이런 주장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중국의 선전에 화답하듯 2016년 8월과 2017년 1월 국회의원들로 ‘사드 방중단’을 꾸려 중국을 찾아갔다.
문재인 대통령·박원순 서울시장 “중국은 대국, 우리는 소국”
중국은 그래도 차기 대선이 실시된 2017년 5월까지 내정간섭적 행동을 해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17년 1월 한국에 온 중국 외교부 과장급 인사의 말이었다.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은 한국 외교부로 치면 과장급 인사였다. 그런 그가 한국에 와 국내 5대 그룹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며 “너희가 계속 사드 배치를 고집하면 단교 수준의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천하이는 이와 비슷한 발언을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은 분개했지만 한국 정치권과 관료들, 언론, 학계는 반발하지 않았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중국이 한국에 사프 파워를 사용하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권을 차지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후 ‘적폐청산’이라는 말을 내놨다. 자기네가 생각할 때 나쁜 것은 모두 ‘적폐’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적폐청산을 통해 ‘반중적 성향’을 가진 고위층 인사는 사실상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대신 중국을 찬양하고 미국을 깎아내리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정권 최고위층의 노골적인 친중 행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 방중 당시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며 “한국을 포용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한중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의 관계”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말한 ‘중국몽’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찍이 친중적 태도를 드러냈다. 2015년 8월 ‘관광 세일즈’를 명목으로 중국에 간 박원순 시장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현대판 실크로드라는 것이 중국의 성장과 번영, 세계적 네트워크를 상징화한 것으로 서울시나 대한민국이 중국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파리가 1만 리를 날아갈 수는 없지만 말 궁둥이에 딱 붙어 가면 갈 수 있다”고 비유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핵심인사가 내뱉은 이 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한국이 왜 갈수록 친중 편향적으로 변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언론들은 언론사 필자 해고나 자국 기업인수, 연구소와 대학에 대한 영향력 발휘 등을 두고 중국의 샤프 파워에 우려한다. 이들 나라에게는 중국이 한국을 향해 행사하는 샤프 파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는 스모그, 중국인에게 베푸는 복지 혜택으로 인한 혈세 낭비, 중국인의 돈세탁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중국이 각계각층을 통해 발휘하는 샤프 파워 때문에 한국 정치권, 언론, 학계 어디서도 이를 문제로 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출처 : 미래한국(http://www.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