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미세먼지 공약의 역습···3040 친문 엄마들 뿔났다
하늘이 미세먼지로 온통 거무스름했던 14일 민심은 들끓었다. 직장인들은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 점심때 구내식당이 북새통이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감옥이 따로 없다”, “인생 최악이 미세먼지 날” 같은 하소연이 빗발쳤다. 국민의 해우소가 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관련 청원이 줄을 이었다.
특히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종일 화제였다.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는 타이틀로 두 페이지에 걸쳐 관련 대책을 나열했다. 크게 ①임기 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추진 ②강력하고 촘촘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수립 ③‘미세먼지 대책기구’ 설치 ④한중 정상외교 주요 의제로 미세먼지 대책 추진 등 네 부분으로 돼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 노후 석탄 화력 폐지,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확대, 클린 디젤 정책 폐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시민들의 눈은 중국을 향해 있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중국의 악영향이 자명한데, 정부가 대응에 미온적”이란 불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초미세먼지가 국가적인 현안으로, 공동대응하며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달 류여우빈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주장해 한국 여론을 악화시켰다.
야권에선 “중국에 더 강하게 할 말을 하라”고 목소리가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에서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168㎍/m³인데 서울 여의도의 미세먼지 농도도 168㎍/m³다. 백령도에 무슨 노후 경유차가 있나. 시민과 영세사업자들에게 미세먼지 책임 씌우지 말고 중국에 할 말을 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미세먼지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에서도 고(故) 박종철 열사 32주기에 대한 추모 발언은 나왔지만, 미세먼지 관련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미세먼지 관련 이슈에서 정부·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세먼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불만이지만,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3040 여성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갤럽이 2017년 6월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81%, 40대 여성의 70%가 ‘미세먼지로 매우 불편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50%대 안팎인 다른 연령대나 남성들과 비교하면 10%~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당시 갤럽은 “30대와 40대 여성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들 중에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서울ㆍ수도권 등 서쪽 지역에서 불편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각종 여론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지만, 3040 여성들은 여전히 50대 후반~60대 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쳤다. 그런데 이런 핵심 지지층이 미세먼지 때문에 정부에 불만이 누적되는 상황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표적인 친문 여성 커뮤니티인 ‘82cook’에서도 이날 “중국이 한국 미세먼지 원인은 한국때문이라는데 미세먼지 해결하겠다던 정부는 뭐하는거냐”, “일본한테 단호하게 나가듯 중국에게도 단호하게 대하는 모습 좀 보이라”는 등의 불만이 쇄도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국면이 아니라 당장 정치적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봄철에 대기 질이 더 나빠지면 생활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고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문 대통령 공약 어떻게 됐나요“.. 분노한 민심 靑 향한다
[헤럴드경제=박병국ㆍ정세희 기자] 미세먼지 재앙이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잿빛 하늘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숨을 쉴 수도, 숨을 공간도 없다는 아우성이다. 회색 공기를 마셔야 되는 상황은 공포에서 고통으로, 고통은 다시 분노로 변하고 있다. 분노의 종착지는 미세먼지 앞에 무력한 정부와 청와대로 향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본질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청원들이 폭주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15일까지 ‘미세먼지’라는 키워드만 총 6072건이 검색됐다. ‘미세먼지 방관하지 말고 제발 대책을 세워 달라’. ‘정부가 하는일이 뭐냐, 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인데도 손을 놓고 있냐’ 등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놓은 ’미세먼지30% 저감‘ 공약은 부메랑이 돼 문 대통령에게 돌아왔다. 22살의 대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청원글을 통해 “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중국에게 미세먼지 심하다 공장 가동을 좀 줄이든지 환경개선 대책을 세워라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당시 임기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추진과 함께 ’한중 정상외교의 주요의제로 미세먼지 대책을 다루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고통은 더 심하다. 지역 맘카페에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아이에 맞는 유아용 마스크를 찾기 어렵다’는 등 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자신을 맞벌이 맘이라고 밝힌 한 맘카페 회원은 “미세먼지 심한날엔 유치원에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4살, 6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마스크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숨막히게 마스크를 씌우는 것자체가 죄책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미세먼지의 일상화는 정부를 향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 서울 마포구 직장인 안연정(26) 씨는 “1년 사흘 중 하루는 미세먼지 속에 사는 것 같다. 공기를 피할 수 있다고 피할 수 있겠나”면서 “외출 금지 문자 올 때마다 화가 치민다. 안내문자 보낼 돈으로 공기청정기나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초등학교 교사 이모(32) 씨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부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미세먼지 줄이겠다고 했는데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나오는 대책도 다 보여주기식일뿐”이라고 지적했다. “하루이틀 차량 2부제, 노후차량 금지한다고 해서 미세먼지 달라지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뭐 못하게 하는 걸로 거대한 미세먼지 막으려는 거 자체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시처방’이 아닌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는 계절별로 관리해야 된다”며 “여름철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졌지만 겨울철은 최고치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정용 난방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대책은 없다“며 “현재 권장사항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은 ‘저녹스(低 NOx) 보일러’ 설치를 의무사항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초미세먼지 25㎍/㎥ 넘으면 인체 해로운데 무려 7배 초과
바로 앞 건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PM10 이하)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민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4일 서울의 경우 한때 초미세먼지(PM2.5 이하) 농도가 최고 185㎍/㎥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세먼지 예보기준 ‘매우 나쁨’(76㎍/㎥)의 배를 훌쩍 넘으면서 국민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경우 하루 평균 농도가 50㎍/㎥(연평균 20㎍/㎥), 초미세먼지는 25㎍/㎥(연평균 10㎍/㎥) 이상이면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수준”이라면서 “오늘 하루 초미세먼지 평균치를 봐야겠지만 25㎍/㎥는 당연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HO 권고기준을 넘으면 단기적으로는 호흡기 증상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혈관계질환 등으로 인한 응급실 입원이 증가한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임신부의 조산율을 높이고 출생아의 폐발육을 늦춰 성인이 됐을 때 COPD나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을수록 인체 내 침투 범위가 다르다. 직경 5~10마이크로미터(㎛) 먼지는 눈·코·목구멍에 자극을 줘 알레르기비염이나 결막염 등을 일으키지만 호흡기 깊숙이 들어오진 못한다. 5㎛ 이하 작은 먼지는 그 아래 작은 기관지(소기도)까지 침투해 천식과 COPD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2㎛ 이하 아주 미세한 먼지는 폐 속 깊숙이 있는 폐포(허파꽈리)까지 들어가 쌓이고 폐렴과 폐암을 일으킨다.
최근엔 미세먼지가 뇌졸중이나 인지장애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 미숙아 출산, 당뇨병 등 대사성질환, 암,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대책도 시급하지만 국민 스스로 건강수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오늘처럼 ‘매우 나쁨’ 수준이면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걷기 같은 평소 하던 바깥활동은 아예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외부활동이 필요하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법에 맞게 착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는 제품 외부 포장에 ‘의약외품’과 KF80, KF94, KF99 등이 표기돼 있다. 숫자가 높을수록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더 많이 걸러낸다. 기저질환(지병)이 없는 일반인은 KF80 정도를 쓰면 큰 문제없다.
아울러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코와 호흡기 점막의 수분량이 많아져서 먼지를 잘 흡착해 배출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 가글과 양치질, 콧속 생리식염수 세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야외활동 후 귀가 전 옷이나 가방에 묻은 미세먼지는 바람을 등지고 꼼꼼하게 털어내야 실내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외출 후에는 손 씻기 뿐 아니라 머리도 꼭 감아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56731&code=11131700&sid1=soc